줄기세포의 무한한 치료 능력이 알려진 것은 황우석 박사 덕분이었다. 2005년말 황 박사의 허위논문 작성 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 어떤 난공불락의 질병도 병든 세포를 줄기세포로 교체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넘실댔다. 하지만 줄기세포치료가 수년 안에 가시화될 것처럼 과대포장되면서 오히려 이 분야를 연구하는 의사들이 '사기꾼'으로 매도당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시적인 '미분화' 세포다. 줄기세포에 다양한 조건의 배지를 깔아주거나 성장인자(GF)를 첨가하면 각기 다른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한다. 신경, 심장, 뼈, 치아, 연골, 피부, 망막 등 손상된 조직을 재생해 각종 난치병 치료는 물론 성형미용 시술에 응용될 수 있다. 암을 유발하는 뿌리라 할 수 있는 암줄기세포를 색출해 사전에 저지한다면 인류의 마지막 공포로 남아 있는 암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황우석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과연 줄기세포가 고장난 혈관이나 뇌신경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지, 암으로부터 안전한지 등등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의혹을 갖게 됐다. 유효성 측면에서 줄기세포치료를 이용한 수많은 동물 또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뇌척수장애, 망막질환, 관절염, 심혈관질환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점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암에 관한 우려는 대체로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것이고, 성체줄기세포는 분화가 거의 완료된 성체세포 직전 단계라 연관성이 없다. 배아줄기세포 시술 후 암 유발 부작용은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나, 지방줄기세포 등 성체줄기세포는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아직 없다.

필자의 전문 치료분야인 줄기세포가슴성형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가슴에 지방이식을 하면 금세 가슴이 꺼져 유방 볼륨을 업시키는 효과가 몇개월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병의원의 자가지방이식술 생착률은 20~30%에 그치고 있다. 왜냐하면 이식한 지방조직이 얼마 안돼 본래 유방조직에 흡수·소실되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려 일부러 과도하다 싶게 지방을 많이 넣으면 지방세포가 숨을 못 쉬어 괴사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가지방 이식을 활용하면 부작용없이 아름다운 가슴을 만들 수 있다. 제공 | SC301성형외과

하지만 줄기세포를 활용해 지방이식을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필자는 수년간의 기초연구를 거쳐 2008년 5월부터 복부·허벅지·엉덩이 등의 지방조직에서 순수 줄기세포를 추출한 다음 정제한 지방세포와 다시 혼합해, 가슴에 넣어주는 방식의 시술을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방세포의 생착률이 70%선으로 높아질 수 있다. 필자는 지난해 8월 중국 산동대 의대 학술지에 이같은 사실을 입증한 논문을 게재했다.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추적조사해 나온 결과다.

줄기세포는 모든 지방세포에 들어있지만 복부에서 지방을 빼 그냥 그대로 가슴에 주입하는 것과 줄기세포를 분리해 다시 지방세포와 일정 비율로 섞어 주입하는 것은 생착률 차이가 크다. 줄기세포가 유방에서 지방세포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직증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줄기세포 추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게 용이하지 않다. 1억~2억원의 비용이 들고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다수의 의사들이 모험하는 것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성형외과간 과도한 경쟁으로 도산하는 곳이 많은 상황에서는 과감한 투자와 모험이 쉽지 않다.

실리콘겔이 충전된 인공보형물 대신 두툼한 뱃살과 허벅지에서 뽑아낸 지방을 걸러내 가슴에 이식하니 몸매가 예뻐진다. 보형물의 위험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데다가 자가지방이라 내 살처럼 모양새나 촉감이 자연스럽다. 또 가슴에 넣고 남은 지방을 나이들어 볼이 꺼진 부위에 넣으면 동안(童顔)이 되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자가지방만 이식하는 방법으로는 유방확대수술 환자를 만족시키는데 역부족이다. 미흡한 가슴볼륨 확대효과를 만회하기 위해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게 생긴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조직재생능력을 십분 활용하면 재수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1~2%에 불과하다. 온전한 줄기세포 시스템을 갖춰놓고 능숙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병원을 택해야 후회가 적다. 대한줄기세포성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