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301의원
요즘 여성에게 ‘작은 가슴’은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 신동진 SC301의원 원장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가슴성형 시술을 하고 있다. SC301의원 제공
조선 왕조 500년을 살면서 민간에서는 가슴이 지나치게 커질 기미가 보이는 여성은 한복 치마끈을 꽉 조였다. 가슴의 성장을 막기 위해서다. 선비들은 여성의 큰 가슴을 경망스럽게 여겼다. 아낙들도 일에 지장을 준다며 큰 가슴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은 어떨까. 지나치게 큰 가슴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작은 가슴은 여성의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 세태가 그만큼 많이 변한 것이다.
현재 한국 여성의 75% 정도가 가슴 사이즈가 가장 작은 ‘A컵’ 이하라고 한다. 신동진 SC301의원 원장(대한줄기세포성형학회장)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체형이 서구적으로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가슴만큼은 발육이 더딘 편”이라며 “아시아국가 중 한국 여성의 가슴발육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가슴 발육에는 선천적 영향이 가장 크지만 생활습관과 같은 후천적 요인도 작용한다. 한국은 과거의 인습에 눌려 가슴이 작아지는 유전자가 작용할 수도 있다는 가설도 나온다. 가슴은 미용 체조나 요가,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거나 음식을 골라 먹는다고 해서 쉽게 커지지 않는다.
신 원장은 “수 년 전부터 S라인 같은 서구화된 체형을 선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여성의 희망 가슴 사이즈도 매년 커지고 있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은 물론이고 여대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여고생, 모유 수유를 마친 주부 등 많은 여성들이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 과정에서 발육이 덜 된 가슴이라면 음식섭취 등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차 성징을 겪는 사춘기 여학생이라면 여성호르몬 생성에 도움을 주는 이소플라본을 다량 함유한 음식과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유선조직이 발달한다. 이소플라본이 함유된 대표적인 음식은 콩이다. 이와 함께 사과 감자 마늘 당근 석류 보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쁜 가슴은 사이즈뿐만 아니라 모양새도 중요하다. 특히 ‘처진 가슴’은 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져 여성들이 싫어한다.
바른 자세로 앉으면 가슴이 처지지 않는다. 어깨를 웅크리고 있으면 호르몬의 흐름이 나빠져 가슴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어깨와 팔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허리를 일으켜 근육을 펴면 위축됐던 가슴이 예쁜 모양으로 도드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사이즈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럴 땐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해 가슴을 확대하거나 자가 지방을 이식하는 게 보편적이다. 다만 이 때 보형물을 넣은 주변의 조직이 단단해지거나 모양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이물감이나 어색한 촉감도 느껴진다. 일종의 부작용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대안으로 등장한 게 ‘줄기세포 가슴성형’이다. 이 수술은 기존의 ‘자가 지방이식’ 가슴성형과 마찬가지로 복부, 허벅지,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채취해 이뤄진다. 채취한 지방에서 순수한 지방세포만 분리하고 나서 다시 줄기세포만 추출한다. 마지막으로 추출한 줄기세포와 순수 지방세포를 함께 가슴에 이식한다.
이식된 줄기세포는 지방세포의 분화를 유도하고 증식시킨다. 또 이미 가슴 안에 있는 지방세포들의 수명도 연장시킨다. 이렇게 하면 지방을 이식하더라도 금세 소실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덕분에 한 번만 시술을 해도 가슴의 볼륨을 키울 수 있다. 다시 손을 봐야 하는 ‘리터치’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줄기세포 가슴성형도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세포가 살아남는 ‘생착률’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긴다. 줄기세포시술을 한다고 표방하면서 장비도, 세포 다루는 기술도 미비한 병원이 적지 않다.
신 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시행한다고 광고하는 병원은 수백 개에 이르지만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기기를 제대로 갖추고 시술도 꼼꼼히 하는 의료기관은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신 원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줄기세포 가슴성형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지방세포와 줄기세포의 생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음을 입증했다. 그는 줄기세포 가슴성형의 ‘전도사’로 통한다. 매년 1∼3회 라이브 서저리(현장수술 시연)를 시행해 다른 의사들에게도 이 기술을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SC301의원에서 15명의 의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줄기세포 가슴성형술을 시연한 바 있다.
신 원장은 “보형물을 활용한 가슴성형은 이물감과 굳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수술한 티가 나서 모양이 부자연스러운 단점이 있다”며 “줄기세포 가슴성형은 이런 단점을 극복해 인체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유방 모양도 자연스러워 여성들이 점차 많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